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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혐오 바이러스, ‘탈학습’으로 극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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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현샘 댓글 0건 조회 749회 작성일 20-08-0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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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혐오 바이러스, ‘탈학습’으로 극복을


박남기 교수 글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개학연기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동시에 휴업에 들어간 것은 6.25 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물론 일선 학교들이 모두 당혹감 속에 시간을 보냈다.

 

개학이 늦어지면서 연간 법정일수를 채우려면 모든 학사일정을 미뤄야 하지만 학교 안팎의 사정은 여의치 않아 진퇴양난이다.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대입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전전긍긍이다. 수업 일수가 줄어들면 교사들도 고민이 깊다. 진도를 맞추려면 압축 수업이 불가피 한데 방안이 마땅치 않다. 개학연기가 길어져 수업시수까지 변화가 생기면 부담은 더 커진다. 교육당국에서는 원격수업 등 온라인 교육과정 운영을 대안으로 내 놓지만 익숙지 않은 중장년 교사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비대면 교육이 주는 교육 효과도 의심스럽다. 실험·실습이 중시되는 수업은 한계가 분명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학교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확실한 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보건교사를 확충하고 부족한 곳에 간호사를 배치하는 응급처방만으로는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학교가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만 문제가 아니다. 교사들의 건강권에 대한 강력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사의 건강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공동체 의식을 가늠해보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지역, 특정국가, 특정인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는 코로나 준 가장 큰 상처가 아닐 수 없다. 혐오와 공포의 바이러스를 교육적으로 퇴치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번 호는 코로나19 대란 속에 교육현장의 고민을 살펴보고 이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를 짚어본다.

 

들어가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거의 대유행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격차에 의해 생기는 세 가지 위험, 즉 신종 전염병의 확대, 테러리즘의 만연, 타국으로의 이주 가속화가 지구촌에 큰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하였다. 세계화 시대에는 병원체도 가난한 나라의 국경을 넘어 부유한 나라로 퍼지게 된다. 소득격차가 낳은 감염병이 국지적 풍토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행병이 될 수 있다(Kazumoto, Ohno ed, 2018: 61).

 

사스는 비행기를 타고 단 12시간 만에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전파되었다(Kaufmann, 2012: 209). 이러한 신종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 있다. 바로 공포와 혐오(차별) 바이러스가 그것이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2020년 현재, 공포와 혐오 바이러스는 빛의 속도로 세계에 전파된다. 공포와 혐오 바이러스는 확산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 차원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핵심 역할을 한다. 그 결과 개인과 사회의 질병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개인과 사회의 신뢰를 파괴하며, 사회자원 낭비를 초래해 결국 커다란 후유증을 가져오게 된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야 하듯이, 공포와 혐오(차별)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면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사회적 면역체계 구축을 위해, 그리고 학생들의 혐오(차별) 바이러스 면역력을 길러주기 위해 교육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혐오(차별) 바이러스 확산과 대책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는 우리가 중국인을 차별하며 혐오 대상으로 삼았고, 유럽에서는 아시아인 전체를 혐오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3월 12일 현재 123개 국가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제한하고 있고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차별하는 국가와 국민이 급속히 증가하여 우리가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의 혐오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이다.

 

● 혐오(차별) 바이러스 창궐 이유

캐나다 요크교육청(York District School Board)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한 8,000명 이상의 학부모로부터 17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한 학생은 등교를 금지해 달라는 탄원서를 받았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미국의 한 교육청에서도 휴교 청원자가 14,000명 가까이 되었다(Bellware, Feb. 11, 2020). 중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등 아시아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언어폭력 등의 인종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이광빈, 2020.02.13.). 이상의 내용은 아직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의 상황이고, 확산된 이후에는 아예 한국인을 바이러스 취급하며 차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동양인과 한국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 분노하는데 우리의 차별과 증오 바이러스 증상도 이에 못지않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중국인들의 입국 금지 청원에 2월 8일 현재 68만여 명이 서명했다면서 ‘중국인 출입금지’라고 써 붙인 식당도 등장하고 있는 데다, 중국인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한국 식당에서 거의 쫓겨날 뻔했다는 뉴스를 게재하여 한국인의 중국인 혐오와 차별이 독일보다 심각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이광빈, 2020.02.13.).

 

당할 때는 기분 나쁘고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자신들이 차별할 때에는 쉽게 합리화하는 이유는 낯설거나 자신과 다른 사람은 경계하고 두려워하도록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알고리즘 특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내재된 알고리즘의 작동을 완화(무력화)하거나, 이를 통제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 장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그것은 교육을 통해, 사회 제도와 문화 변화를 통해 함께 이뤄져야 한다.

 


 

● 차별 바이러스 면역력 강화 교육법 : ‘탈학습(Unlearning)’ 교수법

가. 탈학습 교수법의 의미

혐오와 차별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이미 감염된 학생들이 그 감염을 극복하도록 돕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교수법의 하나는 탈학습 교수법이다. 학습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활동이라면, 탈학습은 기존에 배웠던 것을 잊는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학교가 더 고민해야 할 것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교실에 들어오기 전까지 잘못 배운 것들을 어떻게 잊게(Unlearn) 하고 제대로 된 지식과 관점을 갖도록 할 것인가이다.

 

탈학습은 학습과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라 학습의 의미를 새로운 관점에서 깨닫도록 돕는 개념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존의 교수법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새로운 것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출발점 수준이 어디인가는 파악했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도록 해야 할 때가 있음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탈학습은 새로운 관점을 배워야 할 경우, 혹은 잘못된 관점을 바로 잡아야 할 경우에 학습 출발점이 기존 지식과 믿음에 대한 회의 단계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나아가 그러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돕는 교수활동의 의미 또한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개념이다.

 

학습활동은 개인이 자신의 뇌를 활용하는 사유 활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학습의 결과는 뇌세포 시냅시스(Synapsis) 재결합 및 생성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교육자의 역할은 학습자가 자신의 뇌를 능동적으로 사용하여 사고 활동 및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 하나의 방법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지식, 가치관, 행동 방식 등을 회의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미 편견을 바탕으로 한 혐오와 차별의식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이 믿었던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달을 때, 올바른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달을 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학생들이 기존 지식에 대한 끝없는 회의를 바탕으로 참 배움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하나의 방법이 바로 탈학습 지원 활동이다.

 

나. 탈학습 교수법 절차

탈학습 지원 교수법의 첫 단계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지식이나 관점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인간이 왜 편견에 사로잡히기 쉬운 존재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 인간은 뇌의 불완전성과 자기중심성으로 인해 확증 편향성을 드러낸다. 이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HI(Human igence)를 움직이는 알고리즘(본성 특성)에 대해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편견 사례 즉, 역사 속의 사례, 다른 나라의 사례, 그리고 쉽게 깨달을 수 있는 우리의 사례 등을 들어 인간이 가진 편견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서 자신들이 듣고 보았던 편견 사례를 사용한다면 크게 와 닿을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탈학습 활동 단계이다. 이를 위해서는 논의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드러내도록 도와야 한다. 이 활동은 친구들이 서로 다른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함임을 먼저 밝힐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각자가 그러한 관점을 갖게 된 근거, 타인의 관점에 대한 자기 생각 등을 토론할 기회를 제공한다.

 

탈학습 지원 교수법 활용 시 유의할 점이 있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하나의 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다양한 시각이 존재함을 깨닫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혹시라도 교사가 자신의 특정한 이념이나 시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자 한다면 이는 탈학습 지원 활동이 아니라 세뇌 활동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나오며

인류는 향후에도 지속해서 새로운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공포와 혐오에 대한 면역력도 필요하다.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해 교육이 할 수 있는 핵심 역할의 하나가 혐오(차별)의 원인을 이해하고,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나 올바른 관점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제공한다고 해서 과거의 지식이 저절로 새것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탈학습 교수법을 활용하여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지식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또한 더 발전된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낡은 지식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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